수학이슈

코로나 시대의 학습

miruza 2020. 9. 3. 19:30

 

 


방역 2.5단계 조치로 인해 300명 이상의 대형 학원만이 아니라 교습소를 제외한 모든 학원에서 8/31일부터 일주일 동안 대면 수업이 불허되었다. 학교와 학원 모두의 비대면 수업의 강화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교육 현장의 실상들이 드러나고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교육자의 교육의 질이 더 투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학교든 학원이든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부모님 등 외부인들이 부분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사나 강사 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전보다 더 용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학교니 교사에 대한 선호도와 강사에 대한 선호도의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다.

둘째, 특히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의 질이 이전만큼 보장되지 못하게 됨에 따라 교육 기관보다는 평가 기관으로서의 학교라는 속성이 더 잘 드러나게 되었다. 배운 것이 많지는 않아도 시험을 치고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 학교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학교든, 학원이든, 동영상 콘텐츠 등 더 좋은 교육을 향한 발전은 계속될 것이고 미진했던 점은 보완될 것이다.

셋째, 대면 수업이 불가능한 기간이 늘어날수록 몇십 명에서 몇백 명까지 한 교실에서 수업받는 대형 학원 수업의 존립 근거가 위태로워지게 되었다. 원래는 한 교실에서 수강함으로써 학생들이 얻게 될 경쟁심, 강사의 아우라 넘치는 수업에서 오는 긴장감, 매번 보는 테스트와 그 결과의 공유 등에서 큰 장점이 있었던 건데, 비대면 수업이 되면 실시간이라 할지라도 긴장감의 면에서 떨어지게 되고 테스트의 결과 공유도 그 의미가 줄어들게 되었다. 게다가 비대면이라면 회당 수업료가 원래부터 있어 왔던 온라인 수업에 비해 많이 비쌀 필요가 있느냐에 대한 문제제기도 생겨나고 있다.

넷째, 학교와 학원의 대면 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가 이전보다 활발해질 것과는 별도로 대면 수업의 장점이 생각보다 매우 크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던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싶다, 차라리 학원이라도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그 반대로 아예 가기 싫다는 학생도 다소간 늘어났을 것이다. 이 학생들이 자체 학습 역량의 강화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무기력이나 나태함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비대면 수업의 질이 대면 수업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대면 수업이 지니는 장점이 콘텐츠 그 자체를 넘는 정서적 효과에 있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결국 교육자와 피교육자 사이의 대면 그 자체가 주는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새삼 느꼈을 것이다.

다섯째, 그 결과 대면 수업이 아니더라도 자기주도학습이 잘 되어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의 격차가 매우 커지게 되었다. 1학기 중간, 기말 고사의 결과, 평균 근처의 학생들이 줄어들고 상위권과 하위권이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소득 양극화, 자산 양극화만이 아니라 교육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코로나 확산 추세가 멈추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비교적 통제 가능한 상태로 약화될 때까지의 기간이 매우 길어진다면 그 기간 동안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학교 수업이든 학원 수업이든 대형 수업은 줌을 켜놓고 다른 짓을 하는 학생들을 잘 잡아낼 수 없다. 좀더 실질적인 공부가 될 수 있도록 다짐을 받고 부모님이 관심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우리 학원처럼 작은 학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면을 통한 직접적인 오답 클리닉, 약점 보완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대면이 안 된다면 교육 효과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번 대면 수업 금지 명령을 계기로 진도 수업의 경우 동영상 촬영해서 사전 공부를 하게 하기, 숙제 해 온 것에 대해 카톡으로 보내고 질의 응답은 줌으로 수업하기 등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고 있다. 그 결과 좀더 익숙해져야 하겠지만 생각보다는 수업 효과가 좋았다. 학생들과 강사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하는 분위기이다. 이미 오랫동안 가르쳐왔던 학생들이기 때문에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기도 해서 더 그럴 것이다. 좀더 확장해서 줌 내에서 시간 제한이 있는 테스트해서 카톡으로 보내기, 숙제 채점 등의 공유 등을 확장해서, 대면 수업에서 목표했던 수업의 양과 질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대면이 가능할 때 대면 수업을 최대한 진행하면서 대면 수업이 불가능할 때 위와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가면서 개별 접촉을 강화해 나간다면 생각보다는 아이들의 학습 누수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시대가 빨리 종식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꾸준히 공부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학습 멘토링 역할을 병행해 주는 개별 진도 학원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생각보다 훈육, 보육, 코칭, 관리의 역할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