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학 공부에 대하여 - 고2, 고3의 경우
내일신문에 실었던 글입니다.
수능 수학은 실수를 줄이고 어려운 문제도 잘 풀어야 한다. 기본 원칙을 다시 새겨보자. 그것은 연산실력과 개념이해능력, 내신과 수능, 이비에스 문제와 수능기출문제, 유명 강사의 심화수업과 클리닉 수업의 관계, 수능문제와 논술문제 등을 살펴보는 일이 될 것이다.
첫째, 연산실력과 개념이해능력의 관계다. 수능 고득점을 위해서는 개념이해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맞는 말이지만, 수능 문제들은 연산에 자신 있어야 개념이해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이때 연산실력과 개념이해를 다 잡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기본서를 항상 끼고 그곳에 있는 개념을 외울 정도로 정리해놓고 문제들을 풀어놔야 한다. 요즘 학생들이 워낙 수동적으로 공부하다보니 주어진 교재를 낭비적으로 소비하고 자기만의 교재로 만들지 않는 경향이 많은데, 과목당 최소한 한 권만큼은 자기의 손때가 묻어 있는 교재로 만들어놓아야 한다. 수능 직전까지 그렇게 가지고 갔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램이다.
둘째, 요즘은 내신과 수능이 서로 접근했다. 문제들도 많이 겹친다. 그래도 내신은 그 단원만의 개념을 심화하는 쪽이라면, 수능은 여러 단원의 개념이 복합되어 있다. 수능만의 독특한 출제 방식도 있다. 수능의 4점짜리 문제를 잘 풀기 위해서는 기본서 및 내신용 문제집 2-3권을 잘 풀어 연산과 개념을 잡고 나서, 단원이 복합되지 않는 수능의 3점짜리 문제를 풀고, 그 다음에 4점 문제를 푸는 게 좋다. 처음부터 여러 단원 복합 문제를 풀면 오히려 개념이 흔들리기 쉽다. 보통, 기본서는 선행할 때만, 내신교재는 내신 때만 풀고, 진도 다 나갔다 싶으면 수능기출만 자꾸 푼다. 막상 수능 때, 고만고만하게 풀어봤던 문제인데도 무너지는 이유는 문제 사이의 관계를 개념지도로 정리해놓지 않고 문제를 소비만 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풀었던 문제집을 잘 정리해두고 자꾸 꺼내보고 펼쳐보는 방식의 공부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셋째, 이비에스 문제와 수능기출 문제는 많이 겹친다. 그런데 이비에스 문제는 매년 새로 출판되기 때문에 오류가 많다. 수능기출 문제만 풀면 좋겠는데, 이비에스 문제에서 나온다고 하니까 안 풀 수가 없다. 필자는 수능기출로만 가겠다는 소신파 학생들은 응원하고 싶다. 물론 이비에스 문제만 풀고 고득점 받는 학생들도 있다. 주로 고3 학교 수업 교재가 이비에스 교재다. 고3 내신도 거기에서 나온다. 각자 소화가능한 수준에서 이비에스 교재와 수능교재를 1대1 정도로 하면 제일 좋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한 완벽한 소화임을 명심하자.
넷째, 유명강사의 심화 수업과 클리닉 수업의 관계다. 클리닉 수업만 제대로 받아도 고득점을 받기도 하고 그랬다가 망했다고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개념이해와 접근방법이 정확해야 하고 학생들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증된 강사들, 인강들은 믿을 만하다. 이런 점에 주의하자. 강사들의 실력이 내 실력은 아니니 강사들이 강조하는 개념이나 문제들이 내 수준에 합당한지, 즉 내가 그 강의를 듣고 그 문제를 풀어서 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클리닉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가 내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는지, 그 문제만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류의 원인까지 진단해서 문제푸는 안목을 높여주는지 판단해야 한다.
다섯째, 자연계 학생의 경우, 논술대비까지 생각한다면 실력정석을 해놓는 게 좋지만 수준 나름이다. 주요 상위권 대학이 아니라면, 논술문제 제시문 안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력정석이 단지 진도를 빼기 위한 선행교재로만 활용되는 것이라면 꼭 그 교재가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실력정석을 깊이있게 이해하면서 재미있어 하고, 다른 진도나 문제풀이에 압박을 받지 않는 학생이라면 나중의 논술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파보면 좋을 것이다.
고난이도 문제라도 필수 개념의 범위 안에 있다. 진리는 평범한 데 있다. 특수 유형이나 생경한 문제풀이에 연연해하지 말고 한 권만이라도 제대로 공부하자.나 이런 문제 풀어봤다, 이런 선생님에게 배워봤다가 아니라, 필수 개념을 잘 챙겨가며 소중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특히 자연계 학생들은 공부량에 치여 허덕이기 쉬운데, 접근 가능한 자기 목표를 잘 판단하여 내실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