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슈

선행을 통한 심화 VS 심화를 통한 선행

miruza 2019. 8. 15. 18:59

 

어렵다고는 하지만 수능이 그리 어렵지 않게 나오는 경향이 정착되고 경시가 고입/대입 전형에 쓰이는 비중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선행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게 된 것 같다. 또 강의를 단지 알아듣는 것과 실제로 자기 힘으로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서로 차원이 다르다는 것도 많이 공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행의 반복이 뭔가 수학적 능력을 향상시켜주지 않을까, 내신이든 입시든 뭔가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까라고 기대하면서 마음이 급해진다. 즉 말로는 심화를 통해 선행학습의 효과를 대체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선행을 하면 저절로 심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수학학원이 배울 때만 잠시 다니는 곳이 아니라 연중무휴로 보험 삼아 보내야 안심이 되는 분위기이다보니 학원에서 새 진도를 나가고 반복적으로 복습시켜주고 시험 대비를 해준다. 자연히 진도가 빨라지고 2-3년 이상의 선행을 하게 된다. 학교라는 공적인 장소에서 새로 개념을 배우고 진도를 나간다는 의미는 적어도 대치동 일대에서는 퇴색해버렸다.

 

그래서 학원에서 첫 진도를 나가게 되고 역설적으로 그때 제대로 잘 배워야 한다. 세세한 개념 유도 과정, 개념의 의미, 문제 풀이에 적용하는 훈련 등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또 내신이나 수능에서 강조되는 유형을 강사가 잘 분석해서 그 유형들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학습 목표의 수준은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지만 그 목표를 정확하게 관철시키는 그런 선행이 돼야 남는 게 있다.

 

말로는 다들 심화수업을 원한다고 한다. 그런데 심화수업은 무조건 어려운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아니다. 아주 기본적 개념의 미세한 틈을 파헤쳐서 개념을 완성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어려운 문제를 그저 프리젠테이션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계속 새 문제, 새 교재로 계속 바꾸기보다는 한 교재라도 완전히 이해하게끔, 보고 또 생각해서 이미지가 완전히 그려지게끔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아이를 기다려줘야 한다. 심화 문제들은 한 시간에 몇 문제 풀기에도 벅차다. 가르치는 사람도 신경쓸 게 매우 많다. 몇 달 이상 붙들고 늘어지다보면 아이들에게 질적 비약이 일어난다. 심화를 해서 좋은데, 진도든 아이든 늘어지는 것 같아 사람들은 조급해한다. 그래서 학원에서는 눈 딱 감고 진도를 빼게 된다. 아이들의 학습 슬럼프 때 외적인 성과물 중심으로 생각하면 대충 공부하는 안 좋은 습관이 생기는데, 수학의 경우는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을 별 생각 없이 사용해버리는 일이다. 좋은 학원과 강사들이 가득한 대치동에서 본인이 미처 고민해보지 않은 지식들을 아이들은 너무 많이 주입당하고 있다.